본문 바로가기

기존 글들/'15년도 이전 끄적끄적

박사과정의 비애

반응형

음...제 소개부터...

저는 현재 지방대학 공대에서 박사과정 재학중입니다. 나이는 30대 초반이고요.


오늘 근처대학에서 박사과정 재학 중인 친구랑 메신저로 이런저런 얘기하는데...참...과부 마음 홀아비가 안다고...서로 많이 답답하더라구요.


일단 많이들 알고계시겠지만 대학원에서 하는 것을 먼저 설명해 드릴께요.


아래는 우리학교 대학원 홈페이지에 있는 대학원 교육 목적이네요.


"○대학교 대학원은 심오한 이론과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여 독창적인 연구능력을 함양하고, 지도자로서의 인격을 도야하여 국가와 사회 및 교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뭔 소리고...어쨌든. 


가장 중요한건 교수/연구 하는것이죠. 네, 그렇습니다. 대학원은 교육과 연구가 목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곳입니다. (여기서 교수(敎授)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무언가를 가르키는 "사람"이 아니라 "학문이나 기예(技藝)를 가르침"이라는 의미로 쓰인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술연구와 그를 통한 논문 작성과 발표가 주가 되지요. 그리고 풀타임과 파트타임으로 나뉘는데...아...이건 다음에 서술하겠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일반대학원은 학점, 수업과정 등은 크게 중요하게 보지 않습니다. 그 학생의 학위 중 발표논문, 연구실적, 졸업논문 등으로 평가하죠. 

(이공계 대학 기준입니다. 인문계열이나 사범계열, 예술, 예능 계열은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석사 2년, 추가로 박사 2년 과정이 많습니다. 석사 2년동안, 박사는 석사과정기간을 더한 4년 동안, 교수/연구 한 것을 바탕으로 졸업논문이 나오며, 이러한 졸업논문의 심사결과(논문의 우수성)에 따라 학위를 받냐, 못받냐...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석사 2년, 박사 2~3년만에 학위 받기는 많이 힘든게 정상입니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아직 박사는 3년 과정입니다...뭐 이런건 의미가 없긴 하지만...)


이렇듯 박사과정들은 최소 4년, 많게는 10년까지도 대학원에서 보냅니다. 그렇게 박사과정까지 마치고도 실적이 모자라면 post-doctor 코스라고 하는 타 대학(보통 해외로 많이 갑니다) 교수 연구실에서 또다시 연구실 생활을 하게 되죠. (일명 포닥, 박사 후 과정이라 합니다. 연구소로 가기도 합니다.)



이걸 나이로 다시 볼까요. 보통 남자가 "일찍" 군대가서 "칼복학" 했을 경우, 학부 4년+군대 2년, 도합 6년 해서 26살 정도에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와서 석사 2년, 박사 2년까지 하면 졸업하면 30살이네요. 


다시 현실적으로 보면 학부때 1~2년 휴학(보통 칼복학 안하면 1년정도 날아가죠. 저는 거기에 워킹홀리데이도 갔다왔습니다.), 석사 논문준비로 1년 추가 소비(물론 석사는 보통 2년이면 졸업시켜 줍니다만...), 박사 논문 준비 2~3년 추가 소비하고 졸업하면 30대 초중반, 만약 포닥까지 갔다오면...30대 중후반이 됩니다. 와...만세!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그러면 생활은 힘들지요. 대학원생 월급이래봤자, 나라 규정상 박사기준 월 250만원(석사기준 180만)에 그 비싼 등록금 내고 나면 월 100만원정도 생활비만 남지요. 이것도 연구과제가 많아야 250만원 다 챙기는것이지 연구과제를 안하는 교수 연구실들은 "아예" 못받습니다. 이러면 졸업할 때까지 내 입에 풀만 묻히고 사는 겁니다.(학생이 월급을 받는다고? 의아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이공계는 그렇습니다. 그것도 누가 옛다! 250만원! 이렇게 주는게 아닌 국책연구과제의 참여율 이라는 비율에 따라 박사 250만원 기준으로 나눠 지급이 됩니다. 그렇기에 참여율에 따라 200만원을 받을수도 100만원을 받을 수도 있는거지요. 이것도 차후에 얘기해 줄께요. 참고로 저는 대학원 등록금을 한번도 안냈습니다. 학교에 장학금제도가 있어서요. 그나마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요.)



연구과제를 아예 안하는 교수님들도 의외로 많습니다.(여기서 말하는 연구과제란...정부차원에서 연구활동에 대한 지급하는 지원금을 수령하여 연구하는 과제(사업)를 말합니다. 모든 연구활동에는 돈이 들지요.) 그런 교수연구실에 대학원생은 보통 석사 2년동안 연구실에 책상 펴고 자기 공부만 하다가...교수님 수발만 들다 졸업하지요. 이렇게 되면 생활비+등록금은 다 부모님께 손 빌려야 합니다. (이것도 생각이 있는 애들이야 자기공부 하는것이지...취업도피처로 온 애들은 소용없습니다. 대충 학교와서 시간때우다가 가는것이지요. 거기다 대학원 수업은 학부에 비해 굉장히 적습니다.)



연구과제가 많으면...많은대로 고충인게, 위에서 말했듯이 생활은 힘들지, 연구과제의 일처리는 많지(연구활동 뿐만 아니라 출장비, 인건비, 연구노트 작성, 재료비 등등등등 행정처리도 참 많습니다.), 교수님들 수발 다 들어줘야지...정말 짬밥이 안되면 정신이 하나도 없지요. 또한 교수님들(특히 국내파) 중에는 연구실에 오래 앉아있는게 미덕이다. 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열정 넘치는 교수님들은 새벽에 나와서 새벽에 나가시죠. 그러면 학생들은 좀비가 되죠. (월드워 z가 여기다) 집에 보내줘~



그렇게 석사2년...박사 3년정도 하고 뒤돌아 보면 남는게 없습니다. 나이는 30대 초중반이지...모아둔 돈은 없지...밖에서는 "저시키 취직 못하니까 대학원 다니는구나"하고 반백수로 보지...그렇다고 안정적인 직장을 못가졌으니 결혼은 꿈도 못꾸지,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지,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짜증만 늘고 결국 폐인이 되데, 바쁜 폐인이 됩니다. (저는 얼마전 또 다른 친구에게 "도대체 니가 뭐가 힘드냐? 결국은 하기 싫어서 그런거잖아"란 소리도 듣고요. 그 전에는 "너 지금 놀고 있잖아? 학교 다니는게 노는거 아냐?" 란 소리도 들었습니다. 허허...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박사과정 친구녀석에게 "넌 왜 장가 안가냐?" 했더니 오는 대답이 "백수한테 누가 시집오겠냐?" 하더군요. 주변 직장 잡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고, 애 낳고, 돈 모아 집사고, 할때 저희는 보이지도 않는 미래만 꿈꾸며 눈물(?) 훔치며 오늘도 연구과제를 수행합니다. 


포기하면 안돼 친구야...엉엉엉엉


하지만 대학원생들에게는 미래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거죠. 국내...지방대 학위로는 어느 대학교수로 가기엔 자리도 적은데다가, 연구소로 가면 비정규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다른 이과대 학위는 비정규직에 봉급도 적다고 하더군요. 5-6년 캐고생해서 학위땄는데 봉급이 그 기간동안 회사에서 커리어 쌓은 녀석보다도 낮아...거기다 비정규직이야...) 친구녀석은 포닥갈 생각까지 하고 있데요. 전 내년 졸업이라 그나마 났지만...그 친구 포닥 갔다오면...아아...눈물이 멈추질 않아...ㅠㅠ


솔직히 박사과정은 연구와 학문 국가 과학 발전에 큰 뜻이 있어 이 한몸 바치기 위해 굳은 열정과 근성을 가진 열혈 사내/여인들이 들어와야 하는데요. 그것만으로도 참 에로사항이 많네요.



이번 포스팅에는 단순히 기간만 얘기했는데요. 이거외에 상처 받는건 한둘이 아니죠. 씁쓸함이 느껴질때마다 끄적끄적 대겠습니다.



써 놓고 보니 네이트 판에나 올릴만한 글이네...하지만 난 이슈가 되는걸 원치 않아!

비 정기적으로 이렇게 연구실 이야기 해줄께요.


긴글 읽어주셔서...(과연 누가 읽었을까?) 감사합니다.


짤은 귀염둥이 바트입니다.



※ 2015년 9월 25일 수정

원문 자체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저는 졸업상태이기 때문에, 제목의 Vol.1은 떼버렸습니다.

(Vol. 2는 안나올꺼 같습니다)


대신 추가로 다른 제목의 포스팅을 더 해드릴께요.



참고로 위의 메신저에 대화상대는 내년에 결혼한다네요.

저녀석은 교회오빠라서 잘나갑니다.

반응형